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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8. 15:17

 11월 7일 오후 2시, 오래도록 기다려왔던 로스트 아크의 오픈베타가 시작되었습니다. 3차 CBT를 진행한 사람들 중에는 호불호가 갈려 기대를 안하는 사람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저는 클베 따위 뽑히지 않는 천운을 타고났기 때문에 아주 기대가 컸습니다.


서버 접속부터 난관


 어떤 게임이든 오픈 첫 날은 붐비기 마련이죠. 아무리 호불호가 갈린다 한들 로스트아크도 예외일 순 없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픈하기가 무섭게 서버가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 왔고, 저는 대기열 붙들고 씨름하느니 상대적으로 사람이 빠질 새벽 시간을 노려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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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처음 로스트아크에 접속한 때는 오전 1:00가 막 넘어가는 시간이었는데도 아직 서버에 접속하려 대기하는 사람들이 수천에 달했습니다.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었던 걸까요? 그래도 한가한 서버를 고른 덕인지 생각보다는 대기열이 빠르게 줄어들어 십여분 내에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튜토리얼과 세계관 소개를 겸하는 프롤로그


 게임을 시작하니 튜토리얼을 겸하는 프롤로그가 반겨주었습니다. 프롤로그는 제가 느끼기엔 조작법보다는 세계관 설명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인위적으로 무언가 가르치려 한다는 느낌이 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조작법과 세계관 설정을 받아들이도록 잘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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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관은 전체적으로 무협과 판타지를 버무려 놓은 듯한 느낌이 드는데, 사실 자세한 배경 설명은 프롤로그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자세한 세계관 설정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상당히 방대한 편이라 프롤로그에서 다루지 못한 것도 이해는 가지만, 가끔씩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든 부분도 있어 아쉬웠습니다.


 프롤로그 부분이라 특별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래도 스토리를 중시하는 분이시라면 좌측 하단의 채팅창을 접어 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 부분은 끝날 때까지 한 지역으로 여겨지는지, 프롤로그를 진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지역 대화가 다 들리기 때문에 대화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스포일러를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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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부분을 완료하면 곧바로 서브 클래스를 선택하게 되는데, 여기서 각 서브 클래스의 스킬이나 전투 시스템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적어도 뭣도 모르고 골랐다가 이게 아닌데 싶어 후회하는 일은 적을 것 같네요. 영상만 보고 고르는 것과는 상당히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서브 클래스를 체험해보고 선택하시는 걸 권합니다.



 서브 클래스를 선택하고 나면 다른 지역인 게 확연해보이는 어딘가에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어디까지가 프롤로그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 부분부터 본 스토리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무도가 프롤로그에서는 이 부분에서 이야기가 너무 갑작스럽게 변환된다는 느낌이 있더군요. 그 전에는 언급도 없었던 '아크'가 갑자기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등 혼란스러운 부분이 다소 있었습니다.


수려한 연출과 그래픽, 아쉬운 플레이 시점과 해상도 지원


 로스트아크의 그래픽과 장면 연출, 스킬 이펙트 등은 좋았습니다. 빛을 중심으로 하는 타격 이펙트와 스킬 연출들은 간결하면서도 화려한 맛이 있고, 타격에 뒤따르는 확실한 경직도 적이 공격을 맞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전달해줍니다. 수치가 클 수록 더욱 크고 눈에 띄게 변하는 피해량 표시도 타격감을 더해줍니다.


 디자인은 개인적으로는 디아블로와 매우 유사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유저 입장에선 그저 재밌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 삼을 건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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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시점입니다. 로스트아크는 디아블로와 마찬가지로 비스듬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쿼터뷰 시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은 넓은 전황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액션의 화려함이 부각되는 장점이 있지만, 1인칭 시점이나 숄더뷰[각주:1]에 비해 거리감이 있어 몰입감이 쉽게 떨어져 지루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더욱이 이처럼 스킬 효과가 화려하면 캐릭터가 효과에 파묻혀 정작 내가 무얼 하는지 보이질 않기 때문에 더욱 몰입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디아블로에서 '수면제 효과'를 느꼈던 분이라면 로스트아크에서 데자뷰를 느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시점은 어디까지나 게임의 특징인 만큼 문제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요.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 게임이 5:4 해상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오래도록 조그마한 구형 5:4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모니터를 사용하는 데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폴아웃도, 몬헌도, 오버워치도 이 모니터로 잘만 즐겼으니까요.


 하지만 로스트아크에서는 이 구형 사이즈의 모니터를 사용한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됩니다. 현재 로스트아크는 오로지 16:9 비율의 해상도만 정상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 내 옵션에서는 모니터에 맞는 해상도로 설정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적용해보면 빈 공간을 검은색으로 채우는 레터박스를 적용한 채 16:9 비율로 화면을 그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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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해상도의 문제는 로스트아크의 쿼터뷰 시점과 겹쳐 캐릭터가 매우 멀어보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시점 거리 자체는 유사한 시점의 디아블로3와 비교할 때 비슷한 거리인데, 화면이 작아지다보니 보기에는 더욱 멀어보이고, 대사나 인터페이스도 훨씬 작아져 알아보기가 힘들어집니다. 평범하게 시야를 넓히는 방식으로 변경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사실 대부분의 3D 게임에서 시점 거리의 문제는 줌 인/줌 아웃을 통해 유저 스스로 최적의 거리를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몰론 로스트아크에도 '마우스 휠'에 배당된 줌 인/줌 아웃 기능이 있기는 한데 유명무실합니다. 줌 인을 한 번이라도 하면 캐릭터와 눈싸움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바짝 붙어버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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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갈리는 마우스 이동과 의외로 긴 스킬 쿨 타임


 로스트아크의 스킬들은 게임의 비쥬얼과 조작 방식에서 풍기는 '핵 앤 슬래시'의 정체성과는 달리 상당히 긴 쿨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온갖 스킬을 쉴새없이 때려박아가며 호쾌하게 싸우기는 전투보다는, 여러 스킬들을 조합하고 회피를 통해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적재적소에 스킬을 사용하는 전략적인 전투가 펼쳐집니다. 이러한 게임성 덕분에 외견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달리 실제 플레이 느낌은 디아블로 등과는 제법 차별화된 느낌을 줍니다.


조작키 안내


 이처럼 다수의 스킬을 조합해가며 사용하는 시스템에 걸맞게, 로스트아크는 Q,W,E,R,A,S,D,F 까지 8개 단축키를 스킬에 할당하고 있고, G키와 H키를 상호작용에 할당하고 있습니다. MMORPG에서 손가락에 셀 수도 없을 만큼 다수의 단축키를 운용해가며 스킬을 뿌려댄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다수의 스킬을 때에 맞춰 운용해야 하다보니 나쁘지 않은 키배치 입니다.


조작키 설정상호작용 키는 변경이 불가능하다. 왜? 굳이?


 다만 개인적으로는 F, E 혹은 R 키로 상호작용하는 게임들을 많이 하다보니 적응되기 전까지는 상호작용을 해야 할 때 자꾸만 스킬을 사용하게 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조작키 설정에서 이 키들을 변경할 수도 없었습니다. 무려 자물쇠 표시를 해가면서까지 '잠겨' 있거든요.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긴 하네요.


조작 방식 선택알 수 없는 부분에서 세심하다


 또한 로스트아크는 마우스 클릭을 통해 이동과 액션/공격을 모두 처리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에 친히 좌/우 클릭 변경 옵션을 띄워 줄 정도로 세심하지만, 키보드 이동 조작계를 지원할 정도로 섬세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플레이를 해 본 다른 친구는 마우스로 이동하는 방식에 학을 떼며 바로 게임을 접어버렸고, 게임 내에서도 이에 대해 불만을 성토하는 사람들을 제법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반응이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원래 쿼터뷰 시점이라는 게 아이소메트릭 타일[각주:2]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초기에는 WASD나 방향키를 이용한 이동이 오히려 비직관적이었고, 그러다보니 마우스나 넘패드 1,3,7,9 같은 대각선 조작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흔했거든요. 육각 타일 게임을 키보드로 조작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처럼요.


 하지만 3D로 환경이 바뀌면서 대각선 이동의 제약이 없어졌고, 더욱이 1인칭 시점 게임이 많이 나와 사람들이 이에 익숙해지면서 쿼터뷰 시점에서도 WASD 조작계를 바라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여 여러분이 그런 조작계를 원한다면 의외로 불편할 수도 있으니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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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외 사소한 불편함이라면, 물건을 집어 던지는 액션에서 집어 들 때는 상호작용 키를 이용하면서 던질 때는 이동키를 사용하는 등 사소하게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었고, 마우스 좌우 반전을 하더라도 도움말 툴팁은 그대로 반전되지 않은 상태로 안내하는 등 툴팁과 실제 조작이 어긋나는 부분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총평


 이제 막 시작했다보니 초반 진행과 전체적인 비쥬얼, 조작감 등을 중점적으로 리뷰하게 되었습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들이 있기도 하고, 들어간 제작비와 긴 제작 기간을 이야기하며 불만을 비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게임 그 자체를 떼어 놓고,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 평가한다면 저는 평작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픽과 사운드의 퀄리티는 정말 하이엔드 유저가 아닌 이상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고,  전투 또한 초반에는 스킬의 연계성이 떨어져 평타에 의존하다보니 전투의 템포가 다소 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이는 레벨이 올라 스킬이 풍족해지고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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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아직 제대로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액션에 치중한 MMORPG에서 간과하기 쉬운 탐험이나 생활 컨텐츠들에 신경을 제법 쓴 모습이 보여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혹여 시스템상 들뜨더라도 이러한 디테일적인 부분들이 유저로 하여금 세계관에 녹아들게 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로스트아크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오히려 장르 자체가 가지는 한계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게이머들 사이에 득세하고 있는 게임들은 하나같이 템포가 빠르고 한 판 한 판을 짧게 치고 빠질 수 있는 게임들입니다. 아무래도 아이고 어른이고 바쁜 생활에 치이다보니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시간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그런 게임들에 익숙하다보니 사람들이 조금만 게임의 템포가 늘어져도 쉽게 지루해하고, 장시간의 집중력을 요하는 MMORPG 자체가 인기를 얻기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듣기로는 로스트아크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게임의 템포가 늘어지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만약 로스트아크가 MMORPG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다면, 어쩌면 고착화된 이 게임판의 판세를 바꿀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될 지도 모를 일이지요.


 다음에는 이 게임을 좀 더 플레이 해 본 뒤에 이 게임을 채우는 다른 시스템들에 대해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선을 보였을 때에 생활이나 탐험 같은 컨텐츠가 강조 되었던 만큼 이 부분이 얼마나 잘 구현되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네요.

  1. 캐릭터의 어깨 너머에서 보는 시점. TPS 게임의 시점에 해당한다. [본문으로]
  2. 마름모꼴로 배치된 격자 형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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