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더 개더링은 동적인 게임입니다. 모든 TCG 게임들이 그렇듯, 매직 더 개더링에서도 공격 플레이어와 방어 플레이어 사이의 피 튀기는 공방전이 벌어집니다. 다른 플레이어의 차례에 개입할 수 있는 '순간 마법'의 존재 덕분에 적극적인 견제가 가능하죠. 이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순서의 문제입니다. 만약 두 플레이어가 모두 순간마법을 쓴다면 누가 먼저 사용하게 될까요? 이번 글에서는 매직 안에서 순서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해서 다뤄 봅니다.
우선권과 스택
매직 더 개더링에는 우선권과 스택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우선권이란 쉽게 행동할 권리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매직 더 개더링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자신이 우선권을 가지고 있을 때에만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권 없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카드뽑기같은 턴에 기반한 행동 뿐입니다.
우선권은 액티브 플레이어, 즉 현재 차례의 플레이어가 우선적으로 가져가며, 차례로 다음 플레이어에게 넘어갑니다. 이러한 우선권 순환은 모든 플레이어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됩니다. 즉 자신의 우선권을 이미 넘겼더라도 상대가 행동을 취하면 다시 우선권이 돌아오므로 상대의 계략에 손 놓고 당해야만 하는 경우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권의 타이밍
하지만 액티브 플레이어라고 언제든지 자신이 원할 때에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권 순환은 언탭단과 정화단을 제외한 매 단(step)의 끝에 행해집니다. 먼저 턴에 기반한 행동을 진행하고, 격발된 능력들을 발동한 뒤에야 액티브 플레이어부터 우선권이 돌아가게 됩니다. 우선권 순환이 끝나면 해당 단이 끝나고 다음 단으로 넘어갑니다. 1
예컨대 카드뽑기단에서 턴에 기반한 행동은 카드 뽑기입니다. 카드 뽑기가 끝나고 나면 액티브 플레이어부터 순서대로 우선권을 가집니다. 마찬가지로 방어자선언단의 턴에 기반한 행동은 방어자선언과 피해 순서 배정이며, 이 행동들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 우선권이 돌아가게 됩니다.
전체 단계를 통틀어 우선권이 순환하지 않는 단은 시작 단계의 언탭단과 종료 단계의 정화단 뿐이며, 따라서 이 두 단에서는 플레이어가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정화단의 경우, 정화단에 발동하는 격발 능력이 있을 경우 격발 능력의 발동 직후에 우선권이 돌아가게 됩니다.
또한 본 단계의 경우 차례에 의한 행동이 없고 구분된 단도 없으므로, 본 단계가 시작되자마자 우선권이 돌아가게 됩니다. 즉 본 단계에서 하게 되는 카드 내려놓기는 턴에 기반한 행동이 아니라 우선권에 의한 행동이며, 따라서 아래에 설명할 스택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스택
스택은 발동을 선언한 주문 및 능력들이 실제로 발동되기 전에 '쌓이는(stack)' 임시 구역을 말합니다. 공식 룰북을 참조하면 스택은 엄연히 서고나 무덤과 같이 하나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지만(종합규칙서 405), 일반적으로는 스택에 들어간 카드를 따로 구분해 두지는 않습니다.
게임 내에서 발동되는 모든 주문들과 대부분의 능력들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기 이전에 이 스택을 거쳐갑니다. 스택에 들어간 것들은 모든 플레이어의 우선권이 끝나고 난 뒤에 효과를 발휘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스택이 선입후출(FILO; First-in Last-out)의 원칙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먼저 들어간 것이 나중에 발동된다는 뜻이죠. 카드를 순서대로 쌓다가 가장 위의 카드부터 아래 방향의 순서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먼저 선언된 주문을 나중에 저지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만약 선입후출이 아닌 선입선출의 순서로 주문이 발동되다면, 매직 더 개더링의 게임 매커니즘상 다른 주문을 취소하는 무효화 주문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집니다. 효과를 발휘한 주문은 즉시 스택을 떠나 전장이나 무덤으로 가므로, 더 이상 스택 내의 주문을 목표로 하는 무효화 주문의 대상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보면 간단한 듯 싶기도 하지만, 게임을 실제로 하다보면 더욱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몇가지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예시1. '강화' 주문과 '피해' 주문의 충돌
첫 번째 예시는 전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공격 플레이어는 4/4의 비행 생물인 공기의 정령으로 공격을 선언하고, 자신의 우선권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넘겼습니다. 이번에 방어자선언단에 방어 플레이어는 비행 생물을 방어할 수 있는 생물이 없어 방어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
따라서 방어 플레이어는 자신의 우선권에 화염 채찍을 발동하여 공격 생물을 공격하려고 합니다. 공기의 정령의 방어력은 4이므로, 화염 채찍 주문으로 피해를 입히면 전투피해단이 오기 전에 파괴할 수 있습니다. 발동한 화염 채찍은 1번으로 스택에 들어갑니다.
공격 플레이어는 이에 대응하여 뒷골목 도주를 발동, 카드의 첫번째 능력으로 공기의 정령에 +1/+2 를 주겠다고 선언합니다. 뒷골목 도주는 2번으로 스택에 들어갑니다. 이후 우선권을 받은 방어 플레이어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우선권을 넘겼고, 공격 플레이어도 우선권을 넘깁니다. 이렇게 모든 플레이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번씩 턴을 넘겨야 우선권이 끝나고 스택이 해소됩니다.
스택의 해소는 선입후출의 순서를 따르므로, 2번인 뒷골목 도주가 먼저 효과를 발휘하고 그 이후에 1번인 화염 채찍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뒷골목 도주의 능력에 의해 공기의 정령은 +1/+2 를 얻어 5/6의 능력치를 가지게 됩니다.
이어서 '화염 채찍'이 효과를 발휘하여 공기의 정령에 4의 피해를 입힙니다. 하지만 이제 공기의 정령의 방어력은 6이 되었으므로, 4의 피해를 주는 화염채찍으로 파괴할 수 없습니다. 이후 5/2 능력치의 공기의 정령은 방어 플레이어에게 5의 피해를 줍니다.
이제 순서를 바꾸어서 생각해봅시다. 이번에는 공격 플레이어가 좀 더 과감한 공격 계획을 세웠다고 가정합시다. 1의 피해를 더 주기 위해 공격 플레이어는 자신의 우선권에 공기의 정령에 뒷골목 도주로 첫 번째 능력을 발동했습니다. 이번에는 뒷골목 도주 주문이 1번으로 스택에 들어갑니다. 이제 우선권은 방어 플레이어에게 넘어갑니다. 방어 플레이어는 지체없이 화염 채찍을 공기의 정령에게 사용합니다. 이 능력은 스택에 2번으로 들어갑니다.
이제 두 플레이어가 모두 우선권을 넘기고 스택이 해소됩니다. 이 상황에서는 이전과 다르게 화염 채찍이 먼저 효과를 발휘합니다. 아직 뒷골목 도주의 효과가 발휘되기 전이므로 공기의 정령의 능력치는 4/4입니다.
화염 채찍의 피해 4는 공기의 정령에 파괴적인 피해를 입히고, 공기의 정령이 즉시 파괴됩니다. 주문의 목표인 공기의 정령이 파괴되었으므로 뒷골목 도주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무덤으로 들어갑니다. 이와 같이 주문의 순서는 전황을 완전히 뒤바꾸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예시 2. 주문 연계
이번엔 다른 예를 들어봅시다. 시작은 전과 같습니다. 공격 플레이어는 공기의 정령으로 공격을 하려 하고, 방어 플레이어는 화염 채찍으로 방어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격 플레이어에게 뒷골목 도주같은 강화 주문이 없습니다. 대신 그의 손에는 특공이라는 순간 마법 주문이 있습니다.
특공은 생물 한 개를 희생해 그 생물의 공격력만큼 상대 플레이어에게 직접 피해를 줄 수 있는 주문입니다. 화염 채찍이 발동되면 어차피 공기의 정령은 죽을 것이기 때문에, 미리 희생시켜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공격 플레이어는 공기의 정령을 희생해 방어 플레이어를 목표로 특공을 발동하고 우선권을 넘깁니다. 특공은 스택에 2번으로 들어갑니다. 방어 플레이어는 아무런 행동 없이 우선권을 넘기고, 공격 플레이어가 다시 우선권을 갖습니다.
여기서 공격 플레이어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스택이 해소되지만, 공격 플레이어는 방어 플레이어가 우선권을 넘기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쓸만한 순간 마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여 더 큰 피해를 입히기로 마음 먹습니다. 공격 플레이어는 공기의 정령을 목표로 순간 마법 확실한 일격을 발동하여 스택에 3번으로 추가합니다. 이제 방어 플레이어와 공격 플레이어가 순서대로 우선권을 넘기고 스택이 해소됩니다.
먼저 가장 나중에 들어온 확실한 일격이 먼저 해소되어, 공기의 정령이 +3/+0을 받고 7/4 능력치의 생물이 됩니다. 이후 특공이 해소되어 공기의 정령이 희생되고 공기의 정령의 공격력인 7만큼의 피해를 방어 플레이어에게 줍니다. 공기의 정령이 희생되었으므로 화염 채찍은 목표를 잃어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고 무덤으로 들어갑니다.
이 예시에서는 피해를 주는 주문이 먼저 스택에 들어가고, 그 이후에 피해를 주는 주문을 강화하는 주문이 스택에 들어가야 올바른 순서로 주문들이 해소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특공과 확실한 일격의 순서가 뒤집혔다면 공기의 정령은 4의 피해만을 준 채 희생되고, 확실한 일격은 무의미하게 소모되고 맙니다.
이상의 내용들을 예를 들어 정리해보겠습니다. 위 그림에 나타난 주교의 병사 카드의 경우, 손에서 내려놓을 때 주문이 되어 스택에 들어가며, 스택이 해소될 때 비로소 전장에 나와 생물이 됩니다. 즉, 스택이 해소되기 전에는 아직 생물이 아니므로 생물을 목표로 하는 주문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에 생물 주문을 목표로 하는 주문의 대상이 됩니다.
스택 해소 이후 전장에 소환된 주교의 병사는 생명연결이라는 능력을 가집니다. 생명연결은 생물이 다른 생물이나 플레이어에게 피해를 줄 때 발동하여 준 피해만큼의 생명점을 얻는 격발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격발됨과 동시에 스택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능력이 스택에 들어가므로, 방어 플레이어는 순간마법을 발동해 이를 견제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생명연결은 생물의 공격력이 아닌 실제로 준 피해를 참조하므로, 이미 피해가 일어난 뒤인 스택 시점에서는 주교의 병사의 공격력을 증가 혹은 감소시키는 주문을 쌓더라도 효과에 변화가 없습니다. 또한 생명연결 위에 주교의 병사를 파괴하는 주문을 쌓아 주교의 병사가 생명연결의 효과보다 먼저 파괴되더라도 생명연결은 여전히 스택에 남아 있습니다. 일단 스택에 들어간 능력은 그 능력의 원천과 독립된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교의 병사가 제거되더라도 여전히 스택에 있는 능력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후 스택이 해소되면 비로소 생명연결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효과는 스택을 거치지 않고 바로 효력을 발휘합니다.